우리는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
1. 교생실습을 앞두고 나는 항상 2가지를 걱정했다. 첫째, 아이들과의 첫인사. 사교성이 있고 끼가 있는 친구들은 아이들과 처음 대면해서 마술도 보여주고 기타도 쳤다. 가끔 장기자랑을 강제로 시킨다는 담당 선생님들이 있어서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 나는 딱딱하게 이름 석자를 말해주고, 2주간 잘 지내보자고 할 텐데 말이다.
2. 그리고 마지막 작별인사. 2주간 아이들과 잘 지냈는데 정작 안 슬프면 어쩌지? 괜시리 정 많은 여자아이들만 질질 울고 있고, 나는 빙긋 웃고 있는 모습을 보이는건 아닐까? 그럼 억지로라도 슬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나? 그리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언제나 말문이 막히는 나로서는 아이들 앞에서 뻘쭘한 채 하고 싶은 말들을 매끄럽게 잇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었다.
3. 하지만 작별인사에 대한 고민은 2번째 실습에서 끝이 났다. 마지막 작별인사 시간이었는데 같은 반 교생선생님이었던 혜진누나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3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만났고, 사랑했고, 이제 헤어지려고 합니다.”
4. 오 좋은데? 그 이후로 교생실습과 학교현장에서 아기들과 헤어질 때마다 나는 저 멋있는 대사를 줄줄 외워냈다. 하지만 멋있는 대사는 내가 교생선생님일 때만 통하는 것이었다. 재작년 종업식 날 나는 실제 담임으로서 저 대사를 외워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가방을 싸고, 친구들과 장난을 치고, 다른 반보다 늦게 끝내준다고 입술이 이만큼 나와 있었다.
5. 그래서 말했다. ‘6학년 가서도 잘 먹고 잘 살아라. 집에 가자!’ 니들 보내고 오후에는 미용실에 들려 머리를 빡빡 깎아내야 하는 선생님의 비참한 현실도 모르는 무심한 놈들 같으니라고.
2011년 사근초 5-2. 내 생일잔치를 해주었다.
이런 웬수들.
6. 한국에서의 삶은 이별에 익숙지 않다. 명확한 헤어짐이 없이 계속 만남을 쌓아가기만 한다. 하지만 파라과이에서 코이카 봉사자로 살다보니 수많은 사람들을 새롭게 만났고, 또한 그만큼 수많은 사람들을 금방 떠나보낸다. 한 사람이 있다가 떠났고,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찾아온다. 다른 사람도 어김없이 왔다 떠나면, 또 다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다.
7. 보희 se fue. 62기 se fue. 하나 se fue. fuerza Daniel. kkk.
8.
떠나가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간다는 건... 그만큼 그리워해야 할 사람이 많아진다는 거다.
- 파페포포 메모리즈 中 -
9. 우리는 어김없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진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