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살인사건 / 조용한 생일잔치
1. 끔찍한 살인사건
수업이 오후 한 시에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한 시에 딱 학교에 도착해서 교장실로 들어가고자 했다. 수업에 조금 늦게 들어가더라도 "Hola, como estas?(스페인어 안부인사)" 하면서 한 명 한 명 손을 맞잡고 하는 순례 악수 의식을 치르려고 말이다. 그런데 교장실 입구에 수닐다Zunilda선생님이 파티마Fatima선생님에게 안겨서 엉엉 울고 있다. ‘무슨 일이 생겼나보다. 일단 작전상 후퇴하고 수업부터 얼른 들어가야겠다!’ 멜로디언을 챙겨 얼른 수업에 들어갔다. 나는 수업을 마치고서야 비로소 수닐다 선생님의 사촌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하루가 지나고 나는 아침 아홉시에 출근을 했다. 학교 앞 성당에 동네 사람들이 죄다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지?’ 잠시 고민했지만 곧 장례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 앞으로 관을 싫은 민간 트럭과 군용 트럭이 지나갔다. 파견되고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에도 장례식을 본 적이 있었다. 성당에 있는 종을 누군가 댕댕 두드리자, 연습이라도 한 듯이 마을 사람들이 우르르 성당으로 몰려오는 모습을 흥미롭게 지켜보았었다.
몇몇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장례행렬에 따라가서였을까 학교가 조금 허전해보인다. 망인(亡人)은 39살의 젊은 남자였다. 마을을 떠나 관목지에서 일하고 있던 그는 얼마 전 노동자의 날을 맞이해서 기쁘게 동료들과 술을 마셨다. 하지만 곧 다툼이 일어났고 왼쪽 가슴이 칼에 찔리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아멜리야Amelia선생님이 말했다. “여기 이런 사고 엄청 많아. 사람들 넉넉하고 여유 있어 보이지만, 저녁에 술 마시면서 배구하다 보면 가족 간 싸움이 많이 벌어지지.” 그러게 말이다. 리드미컬한 음악에 맞춰 몸 흔들기를 즐기고, 무슨 일에든지 ‘문제없어No hay problema’ 라고 말하는 그들의 내면에 이런 분노가 자리 잡고 있는지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많이들 슬퍼보였다. 그는 5학년 윌리엄의 아버지였고, 수닐다 선생님의 사촌이었으며, 파티마 선생님의 학생이었다. 모두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2. 조용한 생일잔치
전화 한통이 왔다. “오늘 5시에 딸의 생일파티가 있는데, 올 수 있어?” 나야 뭐 두 손 들고 환영이었다. 광고지를 붙였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사진판매는 파리만 날렸기 때문이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지만 어쩌다보니 나는 침대에 고꾸라져 잠을 잤고, 몽롱한 상태로 생일파티에 방문했다. 비도 부슬부슬 오는 것이 참 을씨년스러웠다.
집에 들어가니 꼬맹이(사람들은 그녀를 ‘리따’라고 불렀다. 이름을 직접 물어보기도 했지만 도대체 잘 들을 수가 없었기에 나에게도 그녀의 이름은 ‘리따’일 뿐이다.)의 부모님이 풍선으로 장식을 해두었다. 나도 초등학교 때 생일파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친구들과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현관문을 열었을 때 부모님이 해두셨던 풍선장식들이 내 시야에 확 들어왔던 것만은 기억한다. 풍선 장식의 디테일은 희미하지만, 그때의 기분만큼은 확실히 마음속에 담긴 것 같다.
일단 집 안의 조명부터 살폈다. 한국의 정육점처럼 희미하고 빨간 불을 사용했기 때문에 사진이 잘 나올 수가 없었다. 창문을 열자고 했다. 훨씬 나았다. 크게 신명나는 분위기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리따의 친구들은 엄마들 손에 억지로 끌려나와 생일축하 노래를 읽어버렸다. (확실히 그들은 가사를 읽었다. 부르지 않았다.) 리따도 자리에 없다. 밖에서 배회하다가 친구들이 선물을 가져오면 그걸 하나씩 접수한 후, 다시 어디론가 사라져버린다. 아 나는 사진사 자격으로 돈 벌려고 왔는데 이러면 곤란하다.
리따의 부모님은 케잌과 빵을 준비했다. 친구들에게 케잌과 빵을 잘러 나눠준다. 아이들은 거실에 빙 둘려있는 의자에 앉아 정말 조용히 먹기만 한다. 생일파티이지만 겸손히 자신에게 주어진 음식에 집중할 뿐, 누구 하나 들내지 않는다. 그렇게 조용히 먹고, 먼 하늘도 쳐다보다가 아이들은 리따의 부모님이 준비하신 조그만 선물과 풍선 하나씩을 받아들고 집으로 간다. (나는 혹시 내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시설에 방문했는지 의심했다. 엄격히 말하면 리따의 생일잔치는 그녀의 부모님이 준비한 음식들을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끝이 났다. 생일축하 노래를 엄숙히 읽어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일까?)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어서 팔려고 방문했다. 이를 위해 나는 내 달콤한 낮잠도 줄여야했고, 비가 부슬부슬 오는 멜랑꼴리한 날씨를 견뎠다. 그래서 풍선을 아이들이 다 뜯어가기 전에 가족끼리라도 사진을 찍자고 권유했다. 가족 친척들과 한 장, 엄마 아빠랑 한 장 찍었다.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와도 한 장 막 찍으려는데 리따가 아주 대성통곡하고 울어버린다. 'No, No, No!!!!!!!!!!!!!!!!!!!!!!!!!!!!!' 하면서.
나도 No, No, No!!!!!!!!!!!!!!!!!!!!!!!!!!!!!
바깥에서 서성이며 선물 접수하는 리따!
이때가 엄숙한 파티의 절정!
한 눈에 보이는 파티 분위기! 리따, 선물로 얼굴을 가리면서 목놓아 울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