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아이들의 머리를 크게,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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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사람을 얼마나 성숙하게 할까? 음악수업을 처음 시작하고 나는 막장 6학년과 개판 일보 직전인 4학년(니바끌레)에 좌절했다. 하지만 곧장 예쁜 5학년과 4학년(과라니)을 만나 회복했다. 6학년 교실에서 남자아이들은 나에게 조금도 협조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을 밖으로 내쫓아보기도 했고, 들여보내서 다시 달래보기도 했으며, “어이~ 아저씨(쎄뇰,señor)”하며 웃겨보기도 했다. 아무래도 별 성과는 없었다. 그런데 이놈들 지난 수업부터 딴청 피우는 횟수가 줄더니 오늘은 수업을 아주 잘 따라온다. 여자 아이들 몇몇은 멜로디언 연주의 매커니즘을 대강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아 기특하다. 특별히 다른 학년과 비교해서 보다 나은 교수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시간은 아이들의 머리를 크게,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자랑스럽게 '도레미파솔... 솔파미레도...'를 오늘 성공해주셨다. 하지만 역시 내 목소리가 젤 멋있다.
오늘 6학년이 마스터한 바이엘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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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학년(니바끌레)은 과감하게 마지막 한걸음을 과감하게 내딛어 드디어 ‘개판’이 되었다. 매주 똑같은 것을 반복하며 복습시켜주지만, 아직까지 ‘미, 레, 도’ 연주하자고 하면 ‘도, 레, 미’ 연주한다. 그리고선 키득키득 지들끼리 웃기 시작하면 웃음소리가 아주 끝이 나질 않는다. 그래, 못할 수 있다. 처음이니깐. 하지만 평균적으로 약 3초마다 울려대는 멜로디언의 ‘삑!’ 소리는 정말 내 인내심을 시험한다. “자, 그럼 이번에는” “삑!” “지금 불지 말랬지, 조금 참으랬지” “삑!” “이번에는 여기를 연습하자” “삑!” ‘미추어버리겠네!’ ...... 더욱 나를 열나게 하는 것은 “삑!” 소리가 워낙 게릴라성으로 출몰하기 때문에 그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 찾아도 이놈들은 죄다 자신이 아니라며 다른 친구들을 손가락질하기에 바쁘다.
잘 참지 못해서 지난 수업에 이어 오늘도 이 외국인 선생은 ‘호랑이’ 소리를 냈다. 저번 시간에는 나는 친구가 아니고 너희의 선생님이기 때문에 마땅히 존중해야 한다고 어흥!!! 오늘은 담임선생님을 존중해야 한다고 어흥!!!(오늘 현지 담임선생님이 아이들 통제를 도와주시려 하자,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하며 니바끌레어로 뭐라 뭐라 소리쳤다. 내가 볼 땐, 분명히 ‘입 닥치라고!’ 정도의 욕이었다. 과라니족 선생님은 니바끌레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건방진 놈의 자식들!) 그나저나 어흥어흥 당장이라도 잡아먹을 기세로 소리를 냈더니, 이놈들 의기소침하게 내 눈치를 본다. 큰 소리 좀 냈다고 외국인 선생을 두려워하는 꼴을 보자니, 마음이 복잡하다. 시간이 아이들을 가르친다. 시간은 아이들의 머리를 크게, 마음을 단단하게 해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