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ICA 해외봉사활동/상상하고, 추억하며 2013

9학년 졸업사진, 다시 졸업이다!

강창훈 2013. 10. 7. 00:01

 오전 8시,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Ya te esperan alumnos de 9 grado para foto." 

  (9학년 학생들이 사진 찍으려고 너를 기다리고 있어.)


  목요일 오후, 9학년 학생들이 도서관에 있는 나를 찾아왔었다. “다비드, 혹시 내일 아침 8시에 학교에 올 수 있어? 우리 사진 찍어야 하는데…” 생긴 건 천하장사처럼 생긴 이기니오Higinio가 수줍게 나에게 물어봤다. “그래. 그러지 뭐.” 금요일은 원래 내가 학교에 출근하는 날도 아니었기에 귀찮고 번거로운 부탁이었다. 하지만 나는 상 남자이기에(참 중요한 사실이다.), 또한 현지인들이 먼저 뭔가를 부탁한다면 웬만하면 다 소원성취 시켜줘야지, 하는 것이 내 봉사마인드이기에 예스, 하고 싱겁게 승낙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게 웬일, 아침에 일어나니 빗방울들이 집 천장을 톡톡톡톡 노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비가 오나보다, 하고 창밖을 보니 아주 고마운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기분 째지네, 날씨가 선선해졌고, 금요일 휴일도 지켜낸 셈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너란 녀석은, 참 멋있어!) 나는 곧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한 후, 기분 좋은 아침을 즐기고 있었다. 하지만 오전 8시, 내 핸드폰으로 그 문자메시지가 도착한 것이다. “Ahora ya me voy.(지금 바로 갈게.)” 답장을 보내고, 학교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아이들이 왜 사진 찍기를 원했는지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아이들은 교복을 깔끔하게 입고 있었다. 벌써 졸업할 때가 됐구나, 내년 7월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내게도 마지막 졸업식이 될 터였다. 아이들의 면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우리 아가씨들은 역시 별 흠잡을 데가 없었지만, 남자들이 문제였다. 어떻게 넥타이를 맬지 몰라 하나같이 목에 걸쳐 놓고만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아이들 하나하나 손수 넥타이를 매주었다. 대체적으로 넥타이의 길이가 너무 짧았기에, 아이들의 배꼽 위로 넥타이가 올라오는 경우가 많았다. 해 볼만큼 해봤지만, 호세Jose의 넥타이는 더 이상 길어지지 않았기에, “Niño!!(초딩!!)” 하고 놀려주었다.

  남학생들을 볼 때 참 재미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넥타이가 완성되자마자, 밖에 나가서 머리카락에 물을 찍어 바르는 신성한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어렸을 때, 외출하기 전 괜히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카락에 물을 흥건히 묻혀 나오곤 했었다. (하지만 조금도 멋있어지지는 않았다.) 보슬비가 내려, 날이 어둡고 바람이 불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의 조금씩 짧은 넥타이는 아주 효과적인 풍향계가 되어 주었다. 사진을 찍다 말고 ‘Corbata!넥타이!’ 외치면, 아이들은 주섬주섬 넥타이를 바로잡곤 했다.


산적처럼 생긴 이기니오Higinio, 그의 머리를 빛나게 해주는 에르메린다Hermelinda 선생님


정말 왜 이렇게 표정들이 굳어 있는지, 내가 뭐 잘못했어?


자, 그럼 이번엔 어깨동무! 맨 왼쪽이 어린이niño 호세Jose. 넥타이가 아주 짧다.


그리고, 점프! 이제야 표정이 밝아지네.


한국 졸업사진의 전형적인, 앉아서 찍기!


귀요미 해봐라, 왜 너네들은 안되냐, 저기 남쪽 애들은 잘만 하던데!


마지막 독사진도 찍었다!



 월요일은 유치원 졸업사진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