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9. 30. 11:21ㆍKOICA 해외봉사활동/상상하고, 추억하며 2013
요즘 글을 쓴다는 것,
문자를 종이 위에 한땀한땀 새기는 이 심심하고 고단한 행위에 강력한 힘이 있음을 느낀다.
- 영화 ‘아르고Argo’를 보고
1979년 성난 이란의 시위대가 미국 대사관을 점령한다. 이때 위기를 감지한 대사관 직원 6명은 캐나다 대사관저로 대피하지만, 발각즉시 처형당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CIA 구출전문요원 ‘토니멘데스(벤 에플렉)’은 할리우드 작전을 수행한다. 가짜 SF영화인 ‘Argo’를 이란에서 제작한다는 변명으로, 인질들을 무사히 항공편으로 탈출시키겠다는 것이다.
Argo, 2012
영화의 초입 부분, 이란시위대가 미국대사관을 점령하자, 대사관의 직원들이 가장 먼저 똘똘 뭉쳐서 한 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대사관의 모든 서류들을 파괴하는 일이었다. 인쇄된 종이는 서둘러 파쇄기에 넣었고,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망치로 깨뜨려 버렸다. 단지 이 일을 위해서 몇몇의 미국 군인들은 시위대를 상대로 10분이라는 시간을 벌어야 했고, 대사관 직원들은 도망치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잡혀버리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변 이전에 대사관의 기록된 정보들을 먼저 보호한 것이다. (나의 개인정보를 전 세계에 아무런 거리낌 없이 뿌려버린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KOICA와는 차원이 다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 주인공과 6명의 인질들은 공항에서 군인들의 의심을 사 감금당한다. 그때, 그들을 구출한 것도 바로 CIA에서 조작한 하나의 신문기사였다. 할리우드의 한 제작사가 이란에서 SF영화 'Argo'를 제작할 예정이고, 배우들이 언제 어디서 모여 대본리딩을 했다, 정도의 몇 토막 기사. 그 짧은 기사가 7명의 생명을 구해냈다.
-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를 보고
깊게 생각해보면, 텍스트 그 자체가 보이지 않는 힘을 지닌 것만 같다. 각 언어의 자음, 모음에는 그 나름대로의 힘을 가지고 있고, 그 힘들이 서로 결합하여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아래 표는 2013년 세계 브랜드 가치 1~20순위의 기업을 소개한다.
2013년 세계 브랜드 가치 순위. 와우! 삼성이 2등이다. 저 태극기 보소!
로고를 주목하여 볼 필요가 있다. 4개의 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간지나는 캐릭터나 아름다운 사진으로 로고를 표현하는 대신, 텍스트의 생명력을 활용했다. SAMSUNG, GOOGLE, COCACOLA 등등. (애플이 대표적인 예외이긴 하지만, 누구든지 애플의 로고인 사과를 본다면 아, ‘애퍼얼~’이라고 발음할 수 있다. 12위 기업인 ‘Shell’도 마찬가지다. 조개모양의 로고를 보고, 누구든지 ‘쉐어얼~’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L발음에 주의하면 된다.) 코이카도 마찬가지 아니던가. 코이카에서 지원하는 모든 물품에는 KOICA 라고 적혀있는 스티커를 꼭 붙이게 되어있다.
코이카 스티커를 기꺼이 붙여주시는 현지인 선생님들.
고로 요즘 나의 간절한 소망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생각들을 지면 위에 잘 풀어내고 싶다.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을지 고민이다. 필사를 하며 내공을 쌓아갈지, 블로그에 계속적으로 나만의 잡설들을 배설해 낼지, 코이카에서 지원해준다는 수기형식의 글을 마음먹고 써볼지 고민이다. 또 선택해야 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우수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자들이 물었다.
“어떤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까?”
가장 많은 대답은 놀랍게도 ‘돈을 잘 버는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지금보다 글을 좀 더 잘 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였다.
-박하식, <이젠 세계인으로 키워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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