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은 왜 중요한가 / 엣지 있는 예쁜 디자인의 책

2019. 1. 3. 23:02책읽기와 책쓰기/교육


저자들은 영국의 보수당과 노동당 행정부에서 고루 실시하였던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이를 두고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이념을 초월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어쩌면 두 행정부가 들어서기 이전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래, 문화예술교육은 꼭 필요해.’하고 어렴풋이나마 저자들의 주장을 미리 공감했던 게 아닐까 의심해볼 수도 있겠다. (왜 부모들은 자녀들이 악기나 운동 하나쯤은 잘하길 소망하질 않는가?)


저자들은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을 다양한 차원에서 설명한다. 일례로 문화예술교육이 학생에 대한 교사와 부모의 기대수준을 향상시키고, 학생 스스로 포부와 자신감을 갖도록 하는 자기실현적 역할을 함을 소개하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가 파악하기에 이 책에서 저자들이 문화예술교육을 부르짖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학생들의 창의력을 함양시키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고취에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분명 교육이다.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창의력 발달의 최전선에 자리 잡아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영국의 교육 체제에 속한 모든 아동들 또한 창의력을 으뜸 목표로 삼아야 한다. (p48)


학생이 창의력을 기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이를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창의력이라고 하는 것이 이러이러한 몇 가지 요소에 의해서만 발전된다고 자신 있게 말하기엔 제 아무리 창의력 관련 연구를 많이 한 박사 할아버지가 와도 어려운 면이 있다.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 <대한민국의 시험>의 저자 이혜정 박사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기존의 수용적 학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하였고,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의 저자 크리스토둘루는 창의력은 학습자의 장기기억에 저장된 수많은 사실적 지식에서 기인한다고 하였다. 저자들은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이 학생들의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훌륭한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매우 옳게 보인다.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은 창의력 학습의 강력한 도구이다. 이런 점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분명 창의력 교육과 학습에 유일하진 않지만 풍부한 기회를 제공한다. (p79)


하지만 필자는 저자들이 창의력을 거듭 강조하는 모습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에 의하면 교육은 한 나라의 국력(國力)을 키우기 위함이며, 미래경제의 성장 동력인 창의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교육의 목표를 창의력에 두었기 때문이다.


창의 강국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은 교육이다. (p11)


교육은 그 자체로 목적이 될 수는 없을까?’하는 아쉬움과 산업의 역군이 되기 위해서 아트(Art)를 한다는 것은 좀 앞뒤가 안 맞지 않나?’하는 의구심이 남는다. 저자들은 책 속에서 찰리 채플린을 영국의 위대한 예술인으로 소개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들은 그가 예술로서 산업 사회의 피폐함을 비판했음을 망각한 것 같다. 아동과 청소년교육 '소비자'로 명확하게 규정하는 저자들의 모습은 미안하지만 전혀 Art하지 않았고, 교육자 또는 스승으로 여기지지도 않았다.

찰리채플린, 모던타임즈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 책의 번역에 대해서도 많은 회의감을 갖는다. 책 자체가 정부 보고서를 기반으로 하였기에 가독성이 떨어지는 면이 있고, 필자가 영국 문화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면도 물론 있겠지만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새해를 맞은 크리스천이 성경 일독을 다짐하며 창세기, 출애굽기를 성공적으로 읽다가 레위기와 민수기를 만난 기분이었다. 낱말과 문장들을 명확하게 독해하기 어려웠기에, 문화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한 독자들은 이 책보다는 우리말 또는 잘 번역된 문화예술에 관한 책을 선택하길 권한다. 마지막에 이 책에 대한 불만을 너무나 쏟아놓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두 가지 점을 꼽고 글을 맺고자 한다.


1. 이 책의 표지는 정말 예쁘다. 필자의 와이프는 이 책을 보고 새해 다이어리를 구입할 줄로 착각하였다.

2. 이 책을 읽기 위해서 별도의 책갈피를 준비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은 약 150페이지의 적은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책 가름줄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