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칠 수 있는 용기(파커 J. 파머) / 교사는 교사의 자아를 가르친다.

2019. 1. 7. 17:42책읽기와 책쓰기/교육


초등학교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필자는 아이들 속에서 재밌는 현상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학년말이 되면, 학생들이 그들을 가르치는 교사의 모습을 닮아간다는 것이다. 교사는 단지 교육과정에 따라 정해진 교과를 가르쳤지만, 교육의 결과로서 교사는 아이들 속에 투영된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물론 아이들은 교육을 통해 교과 지식을 얻는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으며 그런 아이들일수록 교사의 모습을 이상하게도 꼭 빼닮게 된다.)

사진작가 프랑수아 브뤼넬의 작품 '세계 각지 도플갱어' (사진 기사 링크)


교사의 자아를 학생들을 통해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은 교사의 입장에서 꼭 유쾌한 일만은 아니다. 아이들은 교사의 못난 자아상도 꼭 담아내고 말기 때문이다. 아마 육아를 해본 독자들은 이해할 것이다. 필자는 존중하는 인생 선배 중 한 분이 육아에 지쳐 이렇게 말한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자녀를 키울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자녀가 내 못난 모습까지 꼭 닮아 있을 때이다.”


교육과 보육을 구분해야 한다는 사회의 목소리가 크지만, 교사와 부모의 내면을 기준으로 본다면 어쩌면 교육과 보육은 본질상 똑같은 활동일지도 모른다. 두 활동 모두 교사와 부모가 열정적으로 임할수록 어찌할 수 없는 내면적 모순을 맞닥뜨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마땅히 날 닮아야 한다. 하지만 나의 모든 것을 다 닮아서는 안된다.


저자 파커 J. 파머 박사는 이 책을 통해 필자의 이러한 경험을 난해하지만 훌륭하게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교육이란 교사가 자신의 자아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교직의 어려움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이 있으니,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는 점이다. (중략) 가르침은 자신의 영혼에 거울을 들이대는 행위이다. 만약 내가 그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거기에 나타난 풍경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다면, 나는 자기의식(self-knowledge)을 얻을 수 있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학생과 학과를 아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훌륭한 가르침의 필수사항이다. (p36)


따라서 저자는 훌륭한 교육을 실천하기 위해서 우리는 교육 내용, 교육 방법, 교육 과정을 고민하기 이전에 교사의 내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의 내적인 삶에 대한 접근은 교사들이 각자의 내면 풍경에 집중하여 자신의 자아를 파악하고 이를 교과 및 학생들과 적절하게 연결시키고, 내면을 내던져야만 하는 가르침의 행위에서 어쩔 수 없이 파생되는 공포와 상처를 받아들이며, 통합적 관점의 인식론을 바탕으로 자아의 역설을 수용하고, 커뮤니티 속에서 인식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것을 포함한다. 이는 단순히 교사의 내면을 위로하려는 힐링이 아니며 자신의 자아와 자신이 하는 일을 연결시켜(p22)인생을 걸어 나가도록 돕는 치열한 철학적 사유이다.


필자는 이 책을 가르침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교사들, 그리고 반대로 교직이 자신에게 잘 맞지 않아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열정적인 교사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가르침을 사랑할수록 더 많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자아의 공포와 상처를 이 책을 통해 언어적으로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며, 교직을 두고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자아와 본질을 살피고 교직에 계속 머물지에 대한 적절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리 경고한다.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가 이 책을 참고한다면 아무래도 평생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그것을 유지할 가능성보다 매우 크다. 그리고 2019년 1월 현재 경기는 가라앉고 있다.)


단언컨대, 필자는 이 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였다. 의식을 집중하고 책의 페이지를 차례대로 넘겼으나, 필자의 인식수준은 저자가 남겨놓은 사유의 실재를 파악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물론 번역이 매끄럽지 못한 점도 있었으나, 뺨 맞은 곳은 따로 있는데 애먼 번역가에게 눈을 흘기고 싶지는 않다. 다만, 언젠가 이 책을 원서 그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참고로 이 책의 원어 제목은 <The courage to teach>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