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전문직의 모든 것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 장학사는 누구이며 어떤 일을 하는가

2019. 1. 22. 19:55책읽기와 책쓰기/교육


일단 장학사 욕부터 시원하게 해보겠다. 때는 작년 10, ㅅㅇ교대 어울마당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울마당은 교대 졸업생들의 총동문회 행사인데, 초등학생들을 다루는 이들이 모인만큼 여러 게임과 운동경기 등 아주 건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사건은 각 교육지원청별로 운동장 둘레에 앉아 주최 측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발생했는데, 필자가 속한 교육지원청 장학사들이 음식을 먹은 후 음식물쓰레기 등의 자리 뒷정리를 하지 않고 당당하게 자리를 뜬 것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ㅇㅅㄹ 근처의 학교에서 근무한다.) 그들 주변에 앉았던 수많은 선생님들이 그 행각을 보고 장학사들에 대한 비난을 쏟아 내었다. 그들이 머문 자리를 공개한다.


학생이었다면 혼줄을 냈을 것이다.


이 책은 장학사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장학사를 이렇게 표현하였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헌법기관으로 생각하듯이, 장학사 한 명 한 명이 교육행정기관이며, 동시에 교육감이다. 어찌 보면 헌법의 가치를 구현하는 헌법기관이요, 국가 수준의 정책을 실현하는 교육부 장관이요, 지방교육자치의 가치를 구현하는 교육감이요 교육장이다. (p177)


하지만 필자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따뜻함은 마음 속에서 이루어진다. 화장실문화시민연대 리스펙트.

 

제목 그대로 교육전문직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 책은 총 4부로 이루어져있다. 1부에서는 교육전문직의 존재 이유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들은 장학사의 존재론적 의미는 학교 현장을 지원·컨설팅 하는 데에, 일반 행정을 두루 겸비한 교육전문가가 되는 데에, 승진보다는 교육자적 소명을 따르는 데에 있다고 말한다.


장학사란 존재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학생·교직원·학부모가 기대하는 학교를 만들기 위하여 교실과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 기획자·실천가·행정가·조력자·정책개발자·교육과정 전문가로 봐야 한다. 다만,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으로 행정행위를 동반하고 있다. 장학사의 어려움은 여기에서 비롯된다. (p174)


2부에서는 장학사의 선발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주로 선발 과정이 이전 정량적 평가 방법에서 정성적 평가 방법으로 옮겨 와야 함을, 교수 계열과 장학 계열을 구분하여 각기 고유의 직무성을 발전시켜 나가야함을 주장한다.


3부와 4부는 각각 장학사들의 업무와 교육청 문화를 주제로 한다. 저자들은 3부와 4부에서 여러 잘못된 교육행정 관행들을 꼬집기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은 교육과 관련된 정책결정 과정이 상위기관으로부터 결정되어 하위기관으로 하달되는 방식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 교육부-·도교육청-교육지원청-단위학교의 순으로 정책 및 사업이 하달되는 역삼각형 구조에서는 학교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어려우며, 제 아무리 장학사라 할지라도 상위기관과 학교 사이에 끼인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학교의 교육현장을 돕는 전문성을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교육장에게 위임된 학교 운영·관리에 대한 지도·감독에 따른 사무와 달리 학교장에게 위임된 사항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을, ·도 교육청이 교육지원청을, 교육지원청이 학교를 관통하는 교육행정의 흐름에서 학교는 권한을 위임받아 자율적인 경영을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철저히 관리·지도·감독의 대상이라는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p98)


장학사 오신 날 신발장. 우리집에도 정식으로 장학사님을 초대한다.


이 책을 교육전문직이 되기를 희망하는 교사들에게 추천한다. 저자들은 교육전문직의 직무에 관해 운동적(movement)’ 관점을 취함으로써 이상적인 교육전문직의 모습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장학사의 이상적인 모습은 현실에서 생존하는 장학사의 모습과 퍽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직무이든 그것이 되기를 희망하는 자는 그것의 이상적인 모습이 품고 있는 당위와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반 교사들도 이 책을 통해 교육전문직이 교육행정기관에서 마주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어렴풋이나마 상상해보기를 권한다. 예를 들어, 교사들이 잘 알지 못하는 교육전문직과 일반행정직과의 껄끄러운 관계, 교육전문직은 직무에 대한 충분한 연수와 숙달의 시간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점 등 일반 교사가 이 책을 읽는다면 그동안 마음속으로 멀리했던 교육전문직을 조금은 긍휼한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