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상황 / 해외 경찰주재관, 그들은 누구일까?

2012. 12. 13. 13:31책읽기와 책쓰기/북리뷰

 

 

  이상하다. 한국 책이 귀한 이 곳 파라과이에서 나는 오히려 더 많은 책을 읽는다. 그리고 직접 저자를 만나기도 한다. 첫 번째는 바로 ‘지선아 사랑해’를 쓴 이지선씨. 그리고 이 책 ‘실제상황’의 저자 김정석 경찰주재관이다.

  저번주 파라과이에 파견된 코이카 단원 전원이 아순시온에 모여 안전교육을 받았다. 교육의 첫 시간에 저자가 등장했다. 저자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생각했다. ‘크크. 진짜 경찰관처럼 생기셨다.’ 그러더니 저자는 대뜸 퀴즈를 냈다. 정답을 정확히 외치는 사람은 없었고, 결국 퀴즈상품인 이 책은 나의 손아귀로 넘어왔다. 물론 내가 정답을 맞힌 것은 아니다. 단지 단원들 중에서 가장 멀리 산다는 이유로 받은 격려상이랄까.

 

  이 책은 13명의 경찰주재관들이 해외에서 겪었던 범죄와 사고, 테러 등의 실제상황을 생생하게 풀어놓았다. 말 그대로 사건의 발생과 그에 따른 경찰관으로서의 대처, 아주 실제적이다. 그리고 사건의 과정 속에서 그들만이 느낄 수 있었던 깨달음과 아쉬움 또한 행간 속에서 진하게 묻어나온다.

  경찰주재관은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대한민국 외교공관에서 영사로 근무하는 경찰공무원을 말한다. 경찰관으로서의 전문성, 파견국에 대한 깊은 이해, 사용 언어기능이 훌륭한 사람을 추리고 추려 파견한다. 잘은 모르겠으나, 해당 파견국에 한 명씩 배치하는 것 같다.

  책을 짧은 시간에 꿀꺽 삼켰다. 그리고 ‘결국 경찰주재관은 항상 3가지를 들고 일하는 사람이구나.’하고 결론지었다. 첫째, ‘총’이다. 총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서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적절하게 총기를 사용하는 것이 경찰관 아니던가. 실제로 해외에서 총을 모두가 소지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은 당당히 ‘경찰관’으로서 일하고 있었다.

  둘째, ‘컴퓨터’이다. 이들은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발생한 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 현지당국, 외교공관, 대한민국 경찰청 등과 ‘문서’로 소통한다. 해외에서는 이들의 독자적인 수사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들은 문서를 작성하여, 현지당국에 대한민국의 의견을 피력하고 현지경찰과 공조하는 ‘외교관’으로서의 업무 역시 수행하고 있었다.

  셋째, ‘전화기’이다. 책 속에서 주재관들의 전화는 쉴 틈이 없었다. 먼저 그들은 범죄의 피해자와 전화해야 한다. 또한 그들의 가족과도 전화해야 한다. 평소에 밑밥을 깔아둔 현지경찰 관계자들과도 전화한다. 사건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교민들과도 접촉한다. 이들은 이렇게 전화기를 붙잡고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으로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다.

 

  김정석 경찰영사의 글은 가장 처음에 나온다. 아마도 사건의 화제성이 가장 컸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출판사는 책의 핵심이나 화제성이 가장 큰 부분을 항상 맨 앞에 위치시킨다. 말콤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이 그랬고, 인생을 하루의 시간으로 환산해보는 김난도씨의 아이디어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의 실제상황은 온두라스에서 살인범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수감된 한지수씨의 무죄를 증명하는 모든 과정이었다. 한 때 <추적60분>에도 방영된 큰 사안이었기에 그 역시 부담감을 느꼈고, 나 역시 읽는 내내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저자에 대해서 몇 마디 더 붙여보자. 그는 경찰주재관들의 ‘경찰관’, ‘외교관’, ‘변호인’ 외에 한 가지 역할을 더 수행했다. 그건 바로 ‘이모부’로서의 역할. 저번주말 한인식당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한 그는 자리를 떠나면서 우리 몇몇 코이카 단원들의 테이블을 계산해주는 센스를 발휘했다. 크크. 그 한인식당은 이름은 바로 ‘이모네’였다.

  오늘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매의 눈으로 주위의 부지런히 살피는 그들. 때론 기쁨으로 때론 분노와 답답함으로 문서를 써내려갈 그들. 쉴 새 없이 계속해서 울려대는 전화기의 주인공인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