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그리고 멀리 (박삼교희) / 시모(母)의 진짜 인생은 어디 있을까?

2012. 12. 1. 03:20책읽기와 책쓰기/북리뷰

 

 

  선답후문기나긴 고민 끝에 리뷰의 제목을 적어 넣었다. ‘시모의 진짜 인생은 어디 있을까?’

  그랬더니 책의 제목이 말해주었다. 가까이 그리고 멀리.

  글의 구조화를 위해 먼저 책의 제목과 저자명을 적어 놓았었다. 먼저 답을 써놓고, 질문을 하는 어리석은 꼴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박삼교희 씨의 통속소설이다. 나는 원래 통속소설을 읽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있는 곳은 파라과이. 전자도서관의 얼마 있지 않은 책을 그냥 잡식하고 있다. 오히려 좋은 독서 습관을 지니는 것 같아 좋다. 한 분야에 대해 차곡차곡 쌓아 읽어 올리기 전, 잡식하는 경험도 분명히 필요하다.

사람은 분명 잡식동물이다 :)

 

  한 시어머니가 등장한다. 인생의 산전, 수전도 모자라 공중전까지 다 치르신 시모(母). 하지만 시모의 인생 굴곡은 현재 진행형이다. 애지중지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살아왔는데, 며느리가 아들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아들을 닮은 손자라도 어떻게 손아귀에 넣어볼라지만, 그 역시 실패다.

  시모의 시선은 언제나 밖을 향한다. 눈을 조금 내려 깔고 목구멍 밑을 지나, 자신의 내면을 바라볼 줄 모른다. 시모는 아들을 빼앗김으로써 느끼는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가정 있는 남자와 결혼을 해보고, 상상임신도 한다. 결국 시모의 마지막 비상식적인 행동은 아들의 가정을 파멸로 이끈다.

  시모(母)의 진짜 인생은 어디 있을까? 현재 지금을 살아가기에 가까이, 하지만 결국은 소유할 수 없는 타인 속에서 살기에 멀리에 있다. 시모가 보여주는 행동들은 충분한 개연성을 지니는 실제적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은 갑갑하다. 삶의 의미를 타인에게서 얻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