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2012. 10. 21. 11:17KOICA 해외봉사활동/사랑하고, 살아가며 2012

 

3일 동안 출근을 하지 않고, 집안에 쳐박혀 있었다. 2주 연속 아순시온에 다녀오느라 몸이 피곤했는지, 이번주에는 계속해서 잠이 왔다. 집에서도 헤롱헤롱, 학교에서도 꾸벅꾸벅.

그래서 나는 수업이 없는 목요일부터 마음먹고 집 안에 쳐박혀 있는 것이다. 오늘은 정말로 한걸음도 현관문 밖으로 내 발을 내밀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영화 2개를 봤으며, 책 2권을 읽었고, 또 다큐멘터리 2개를 보았고, 그리고 기나긴 낮잠을 잤다. 그리고 오늘은 입밖으로 말한마디 내뱉지 않었다. 파라과이판 올드보이의 시작!

 

 

일부러 쉬려고 마음먹고 느러진 것이나, 오늘은 괜시리 우울해지고 조금은 무기력해졌다. 지금까지 혼자있는 삶도 꽤나 즐기고, 나름대로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곳의 비문해자들 어른들을 교육하고자 하는 교육내용을 짜임있게 구성하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어서인지, 조금은 기분이 다운이다.

그래서 다시금 마음을 바로잡을 겸, 항상 미루어 왔던 블로그 포스팅도 해볼 겸. 시작했다. 포스팅. 드디어.

새로운 환경에서 홀로 떨어져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지, 요즘 들어서 어울리지 않게 많이 감상적인 생각과 행동을 한다. 얼마 전, 학교에서 해가 뉘엿뉘엿 저물 쯤,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리고 김남조 시인의 '설일'을 생각했다. 김남조 시인은 삶의 순간순간 많은 경험을 했을 것임에 틀림 없고, 그 속에서 많은 깨달음을 얻은 사람임이 분명하다.

사진은 저렇게밖에 안나왔지만, 하루에 약 10분 이상은 볼 수 없는 이곳의 자연 광경이다.

붉은색, 하얀색, 푸른색.

 

 

김남조 <설일>

겨울 나무와

바람

머리채 긴 바람들은 투명한 빨래처럼

진종일 가지 끝에 걸려

나무도 바람도

혼자가 아닌 게 된다.

 

혼자는 아니다.

누구도 혼자는 아니다.

나도 아니다.

실상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 주지 않던가.

 

삶은 언제나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다.

사랑도 매양

섭리의 자갈밭의 어디쯤이다.

 

이적진 말로써 풀던 마음

말없이 삭이고

얼마 더 너그러워져서 이 생명을 살자.

황송한 축연이라 알고

한 세상을 누리자.

 

새해의 눈시울이

순수의 얼음꽃,

승천한 눈물들이 다시 땅 위에 떨구이는

백설을 담고 온다.

 

 

세상에, 삶이 은총의 돌층계의 어디쯤이라니.

삶은 언제나 어디쯤이다. 언제나 전체를 보지 못한다. 하지만 어쨌든 삶은 은총이다. 돌처럼 딱딱해서 불편해도 은총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기가 막히게 표현할 수 있는 건지... 천재다.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생각하고, 글로 표현해보았을까. 최고다.

 

 

맞다, 지금 내 삶은 '은총'이다. 힘들고 외롭더라도 '섭리'이다. 항상 뒤돌아보면 그렇지 않던가. 그 때 그 순간들이 모두 하나님이 한땀 한땀 신경쓰시고 준비하셨다는 것을 깨닫지 않는가 말이다.

사실, 왜 사람들이 KOICA와서 삶이 힘들다고 툴툴대는지 몰랐는데, 혼자 있는 삶이 자유롭고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한 주는 조금 외롭고 힘들었던 것 같다. 끝없이 늘어지는 시간, 숨이 막히는 더위... 벌여논 일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그에 대해서 내가 철저하게 준비되지 못했다는 책임감... 장난스레 말하던 D-day 어플리케이션 한번 보고 한숨도 쉬어보고, 미친듯이 불평하는 마음도 가져보았다.

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감사할 일이다.

 

 

어제 박세록 장로의 <생명을 살리는 왕진버스>를 읽었다. 이런 문장이 나온다.

 

내가 젊은 시절부터 항상 마음에 새기는 말이 있다.

끝까지 가보지 않고서는 고난은 고난이 아니고, 성공은 성공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 역시 항상 마음에 새기던 문장의 내용 아니던가. 요 며칠 이것을 까먹고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오늘이 조금 우울하고 힘들어도, 그것이 꼭 힘든 고난만은 아닐 것이다. 기분이 좋고 날아간다 하더라도, 하고 있는일이 잘 풀린다 하더라도 그것이 꼭 성공만은 아닐 것이다.

다시 한번, 결국엔 모두가 감사할 일이다.

박세록 장로의 생명을 살리는 왕진버스

선교에 대한 마인드와 북한 사역에 대한 열정을 옅볼 수 있다. 추천!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 한다.

내가 존경하는 축구선수 이영표는 '성공이 성공이 아니고, 실패가 실패가 아니다'라는 자신의 책에서 자신의 삶을 이야기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필체를 지닌 조선일보 기자 강인선은 '인생은 점잇기놀이'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이 시대의 천재 스티브 잡스는 스탠포드 졸업연설에서 인생을 'connecting the dos'라고 말했다.

그리고 성경말씀에서는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 (롬8:26) 이라고 말한다.

 

  

망각한다. 항상. 하지만,

인생은 결국 신뢰의 문제이다. 모두 감사할 일이다. 은총이니깐.

끝.

  

 

그리고,

노브라플럼. 알이즈웰. 또도비엔.하쿠나 마타타. 나키바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