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el circo (서커스) - 1학기 마지막 수업

2012. 11. 6. 09:56KOICA 해외봉사활동/책 읽어주는 다비드(David, el narrador)

이번 학기 마지막 수업 포스팅이다. 휴, 딱 7주간 수업했다. 그래도 나름 좋은 시작이었던 것 같고, 좋은 수업 시도였던 것 같아서 다음학기가 조금은 기대된다. 1, 2, 3학년을 대상으로 계속해서 책 읽어주기 수업을 진행해나갈 예정이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이상, 내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 꾸준히 읽어주어 이쁜 독서문화를 만들어주고 싶다는게 내 목표다.

 

오늘은 마지막 수업이라고 아이들이 아주 조그만한 이벤트를 만들어주었다. 물론,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선생님이 나 들어오기 전에 열심히 연습 시키셨다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내가 교실에 들어가자마자 아이들은 "Gracias David por enseñandos!" 라고 짧게 합창해주었다. 그리고 칠판이 이쁘게 꾸며져 있었다. (칠판을 사진 찍지 못해서 조금은 아쉽다.)

 

일단 2가지 복합적인 감정이 들었다. 7번 밖에 수업하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해주니 조금의 민망함.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서 온 말더듬이 선생님을 챙겨준 것에 대한 큰 고마움! 워낙 기습적인 습격이었다. 감사의 말을 게릴라 부대처럼 빠르게 치고 빠지고 나서는 싱글싱글 웃고 있는 아가들에게 일단은 고맙다고 말해주었고. 아이패드를 꺼낸 후, 내가 동영상을 찍을테니 다시 한번 하자고 했다 :)

좋다고 다시 한번 해주었다. 마지막 박수치기 전에 동영상이 짤렸다ㅠ

 

오늘 읽어준 책은 'el circo'(서커스)이다. 책은 조금 재미 없었다. 이 7권을 끝으로 학교 도서관에서 수업에 사용할만한 책은 이제 오링이 나버렸다. 책의 내용은 이렇다. Ana와 Pedro가 사는 동네에 서커스단이 방문한다. 이들은 서커스악단을 졸졸 따라 서커스장에 도착하게 되었고, 서커스단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연 주인공인 말이 다리를 다쳤고, 서커스장은 아무 해결책을 내지 못해 아주아주 슬퍼한다. 그래서 Ana와 Pedro는 서커스장을 도와주고자 자신들의 몸을 이어 말의 탈을 쓰고 서커스에 참여했고, 이들의 도움으로 성공적으로 서커스가 마무리된다는 내용이다.

 

가볍게 내용확인 질문을 했다. 항상 되새기는 것은, 뭐든지 아이들이 대답하기 쉽게 쉽게 질문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짧은 스페인어 실력으로 명확하고 유의미한 질문을 쉽게 표현한다는 것은 조금은 버거운 일이다. 오늘은 독후활동으로 종이접기와 미술활동을 하지 않고, 직접 서커스를 보았다. 이미 clausura까지 끝난 마당에, 나도 조금은 수업하기 귀찮았고 아이들도 충분히 산만해보였다. 미국 라스베가스의 코끼리 서커스를 함께 보았고, 그 이후로 다른 종류의 서커스라고 Sand Art도 소개해주었다.

코끼리 서커스 보는 중. 코끼리 너무 학대하나 싶어서 보여주면서도 조금 그랬다.

 

그리고, 수업 끝나고 함께 간식 먹는 시간을 가졌다. 일종의 쫑파티라고 해야 하나 :) 일주일에 한시간 들어가는 내 주최로 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었고, Fatima 담임 선생님이 만드신 시간이었는데, 나도 초대되었다. 내 자리에 제일 많은 과자와 간식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 배고프지도 않고, 너무 양이 많기에 눈치를 보다가 우리 Juan simpatico에게 살짝 건네주었다.

 

Juan은 조금은 엄격하시고 직설적인 Fatima 선생님에게 항상 야단 비슷한 것을 맞는 친구다. 나의 수업에서도 내가 "다 적었니?" "이해되니?"하면, 다른 모든 친구들이 "Si"라고 대답할때, "No"라고 대답하는 친구이다. 마음에 드는 꼬맹이! 그때부터 내 눈에 들어 머리도 자주 쓰다듬어 주고, 항상 Juan simpatico (매력적인 후안)이라고 불러준다. 내 간식 좀 받아들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워준다. 귀여운 놈.

미운 놈이니깐 떡 하나 더 준다.

 

이번 학기는 이제 끝이다. 방학을 했고, 이 Lectura(읽기) 수업을 통해서 나와 아이들이 어떻게 하면 책을 더 재밌게 공유할 수 있을지 계속해서 고민해보아야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