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APE'A, 빛을 비춰주다. (11월 5일 현재상황)

2012. 11. 6. 11:39KOICA 해외봉사활동/성인문해교육 (TESAPE'A)

 

1. 메일을 보내고 나서 많은 격려와 칭찬을 받았습니다. 마치 저 자신을 위해서 벌인 일인마냥 쓸데없이 혼자 고양되어 의욕이 넘치기도 하였네요. 많은 분들이 시간을 많이 사주셨어요. 약 100명의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냈고, 약 6개월동안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만큼의 돈이 모였습니다. 10시간 이상을 통크게 사주시는 분들도 많았고, 메일이 이렇게 저렇게 전달되어 한국에서 알지 못했던 분들에게도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의 이름은 TESAPE'A 로 정했습니다. 파라과이 토착어인 과라니어로 "빛을 비춰주다."라는 뜻입니다. 교육의 대상을 고려했을 때 과라니어를 사용하는 것이 더욱 정감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성경적이기도 하고 좋지요. 2013년 1월부터 15명의 학생과 함께 2달동안 공부를 시작할 예정입니다. 2달 후에는 다른 15명이 등록하겠지요.

이쁜 백열등 사진을 인터넷에서 긁어보았습니다.

 

3. 예상보다 프로그램의 시작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현지인들의 뜨랑낄로(현지인 특유의 미친듯한 여유로움)와 저의 나태한 게으름이 나은 결과라고 보아야겠네요. 또한 11~12월에 임지를 비워야 할 경우가 많아 보여, 여유있게 조금 미루어 두기로 했습니다. 학교의 물품지원사업과 대통령 선거, 크리스마스와 연말 쯤의 국내휴가도 염두해 둔 결정입니다.

 

4. 하지만 성공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상태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문제의 본질은 마을의 상위계층, 리더로 일하는 사람들이 문해교육의 가치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다지 협조적이지 않습니다. 교만한 말일 수도 있지만, 이들은 문해능력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고 비문해자들을 교육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시한 저의 지적, 의식적 수준을 전혀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많이 무식해 보입니다.

 

5. 저는 자신의 이름조차 쓸 줄 모르는 성인들을 위해서 이 교육프로그램을 생각했습니다. 이름은 쓰고 살아야지요. 그리고 제 생활비를 걸고 일하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을 소개하자 학교의 교장, 장학관에게 허락을 맡아야 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교장은 학교를 위해서 일해야 하지 않겠냐고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신부에게도 허락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장학관은 공부는 돈을 바라고 해서는 안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내 이런 관료적인게 싫어서 저와 저의 친구들만의 힘으로 일을 해보려고 했던 것인데, 정말 정 떨어질뻔했습니다. 

 

6. 사실 이럴 줄 알고 가정상점부터 공략했습니다. 가정상점들을 등에 엎고 커뮤니티가 제 프로젝트를 원한다는 방식의 정치적인 힘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가정상점도 그리 협조적인 것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제가 특별가격을 요구했거든요. 예를 들면 수업에 한번 참여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쿠폰은 4,000gs입니다. 이들은 가정상점에서 4,000gs 가치를 사용할 수 있지만, 제가 다시 상점에서 쿠폰을 구입할 때에는 3,000gs에 구입하겠다고 했거든요. 총 6곳 중에서 2곳만이 ok 라고 말해주었습니다.

 

7. 아직 커뮤니티의 추장모임은 주최하지 못했습니다. 여튼 문제에 봉착한 상황입니다. 남은 2달간 차례차례 풀어갈 일입니다. 여기서  아직까지 선보이지 않은 한국인의 꼬장꼬장함과 억척스러움을 보여줄 때가 드디어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8. 비문해자, 말은 할 수 있으나 글을 읽거나 쓸 수는 없는 상태... 그들은 과연 누구이고, 그 상태는 어떤 상태인지 생각하고 상상해내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남은 2달 동안 이들을 조금 더 만나보아야겠습니다.

 

9. 하지만 상상의 결과로 문해교육의 정의를 내릴 수 있었습니다. 문해교육은 '모든 종류의 기초학습' 입니다. 그래서 종이는 pa-pel이라고 쓰고 '빠 뻴'이라고 읽는다고 알려주려고 합니다. 필요하다면 더하기, 빼기까지 알려줄 작정입니다. 물론, 교육의 상보성을 위해서 많은 시각자료가 필요할듯 합니다. 저는 종이를 스페인어로 설명할 언어적 재능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10. 프로그램의 기본적인 순서는 발음법, 음절에 대한 구조를 학습하고 문장을 입으로 뱉어낼수 있도록 '훈련'시키려고 합니다. 그리고 기초 스페인어 단어와 문장들을 암기하는 공부를 함께 하려고 합니다. 2달간의 학습 이후의 최종적인 교육목표는 간단한 자기표현을 글로 써내려갈 수 있는 정도가 되겠습니다. 때가 되면 2달 32차시의 교육계획서를 작성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1. 솔직히 때려치고 싶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진면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현지인들의 비협조적인 태도에 섭섭한 감정이 큽니다. 꼭 돈 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의 많은 격려가 없다면 벌써 관두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저의 생각에 공감하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역할이 참으로 큽니다. 섭섭한 마음과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 속의 회피프레임을 새롭게 리프레임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

 

12. 제가 남아공에 있을 때입니다. 한 친구가 학생비자가 나오지 않자, 가디언 역할을 하던 목사님은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같이 케잌을 사들고 웃으며 책임자를 만나러 다니셨습니다. 찬바람도 맞으셨을 겝니다. 무엇이 모자라서 그렇게 사정했던 것은 아니겠지요. 조금 더 참고 인내하고, 느긋한 마음으로 다시 여기저기 돌아다녀봐야겠습니다. 빛은 곧게 나가는 것이니깐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