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다!

2012. 10. 5. 06:28KOICA 해외봉사활동/성인문해교육 (TESAPE'A)

 

David, y sus buenos amigos. (다비드와 좋은 친구들)

 

좋은 친구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사실 그동안 파라과이 왔다고 연락 뜸하다가, 그동안 구상한 프로젝트 해보겠다고

카톡으로 이메일주소 억지로 짜내서, 도움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어떤 사람이든 내게 좋은 친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나는 과연 좋은 친구일까? 괜시리 내 일에 친구들을 '이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이 조금은 시리다.

 

하지만 친구들은 불순(?)한 마음을 가진 나를 친절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비록 카톡 대화방이었지만.

또, 내 생각만으로 남들을 모두 제단한건가? 또 다시 한번, 이번에도?

글쎄,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사람이었는지. 좋은 사람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한 것에 대해서는 후회가 없다. 해보지도 않고 결과를 내다보기만 해서는 안되니깐.

돌이켜 후회한다 하더라도, 죽이되든 밥이되든 해보고 나서 결과를 보고 후회하련다.

이 곳 파라과이는 참 못 산다. 한국에 비하면 정말 보잘 것 없는 나라이다.

그래도 나는 두드리면 열리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좋은 친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며 마음껏 두드려봐야지.

 

 

 

- 이메일 내용 전문 -

안녕하세요? 파라과이에서 강창훈입니다.

 

안녕하세요? 강창훈입니다.

저는 이 곳 파라과이에서 코이카(KOICA) 초등교육분야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저와 관계하던 소중한 모든 분들께 인사드리고 떠났어야 했는데, 이렇게 불쑥 이메일로 연락드리게 되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외딴 곳에서 혼자 생활하다보니 지금까지 욕심을 부리며 추구해왔던 다른 것들보다,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며 깨달아갑니다. 무엇보다도 여러분들이 그리워지는 하루하루네요 :)

이렇게 메일로 인사드리게 된 이유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설명해드릴게요.

저는 파라과이 차코지역 ‘Santa Teresita’라는 인디오 마을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차코지역은 파라과이에 유럽인들이 당도하기 이전부터 살고 있었던 인디오 여러 부족들이 본연의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 곳입니다. 땅덩어리는 우리나라 남한만 하지만, 파라과이 전체 인구의 2~3%만이 거주하는 열악한 곳입니다.

그리고 제가 봉사하고 있는 ‘Santa Teresita' 마을에는 ‘과라니옥시덴탈’, ‘과라니난대바’, ‘니바끌레’ 3개의 부족이 살고 있지요.

저는 이 곳에서 마을 사람들과 하루하루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성인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초교육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던 50대 이상의 어른들, 그리고 남편 없이 생계를 책임지는 젊은 부녀자의 문맹률은 50%가 넘는다고 합니다. (이들은 평균 15세 정도에 결혼합니다. 그리고 대다수의 남편들은 새처럼 날아가 사라져 버리지요-_-)

저는 비록 기초교육의 혜택을 누리는 삶의 시기가 지났다 하더라도, 이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읽어야 장사를 해서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읽어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쓸 줄 알아야 자신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들을 위한 기초문해교육을 시작하고자 합니다. 제가 봉사하고 있는 초등학교의 교실 한 곳을 사용할 것이고,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른들이니만큼 저녁시간을 이용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이, 예상되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3가지로는,

1. 패배적인 마인드, ‘무언가 배우기에는 나는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

2. 현실적인 어려움, ‘낮에 실컷 일해서 피곤한데 저녁에 웬 공부야!’

3. 남편들의 반대(부녀자의 경우), ‘여자가 무슨 쓸데없이 공부야!’

이러한 이유들로 이들과 함께 공부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학습 참여 유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골똘히 궁리한 끝에 저는 이들의 시간을 구입해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내가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해서 도와주겠다는데, 왜 참여하지 않지? 이 답답하고 무식한 사람들!’  이렇게 생각하지 말고,

‘당신들이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내가 살 테니, 우리 공부합시다!’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은 것이지요.

저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 쿠폰을 만들 생각입니다. 각 사람이 1시간 수업에 참여하여 공부할 때마다 4000과라니(한화 1000원)의 가치에 해당하는 쿠폰을 지급하는 것이지요.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Santa Terestia 마을의 가난한 문맹자들은 하루에 평균 10,000과라니(한화 2500원)정도를 번다고 합니다. 특히 생계를 책임지는 어린 부녀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하루에 많은 시간을 걷고, 빨래하고, 청소하지만 한 달 30일을 온전히 일할 수도 없는 형편입니다.

마을에는 총 7개의 가정상점이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자신의 집 일부에 조그만 상점을 내고 운영합니다.) 그 곳에서 지급된 쿠폰을 사용하여 술을 제외한 식재료 등의 생활 필수품들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일주일 4번의 수업, 4주 한 달 동안을 성실히 참여한다면 생계를 유지하는데 충분히 유용한 만큼의 쿠폰을 수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이들이 기본적인 문해능력을 습득한다면,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도와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달에 딱 10명의 어른들이라도 함께 공부한다면, 약 20개월 후 제가 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때에는 마을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상상도 해봅니다.

 

 

저는 이 글을 읽어보시는 모든 분들이 제가 도움을 주고자 하는 파라과이 인디오들의 삶 속에서

딱 10시간만을 구입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10시간의 학습참여를 유도하여 함께 공부하려면 40,000과라니가 필요합니다. 이는 한화 10,000원의 가치입니다.

10,000원으로는 참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맛있는 밥을 먹을 수도 있고, 커피를 마실 수도 있습니다. 이 곳 파라과이에서는 버스를 20번 가량 탈 수도 있어요. ^^

하지만, 단돈 10,000원으로 여러분들과 똑같은 사람들의 시간을 10시간이나 구입하는 것은 정말 특별하고 건강한 소비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직접 보실 수는 없겠지만, 10시간을 구입하는 여러분들의 행동은 이 곳 사람들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부디 기회를 놓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이들을 돕기 위해 10시간을 구입하고 싶으시다면 아래의 계좌로 10,000원을 송금해주세요.

우리은행, 1002-443-679650, 예금주: 강창훈

해외 송금과 기타 운영비에 관한 모든 비용은 제가 부담합니다.

 

 

제가 계획하고 있는 이 활동은 코이카의 공적인 현장사업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처음에는 제 생활비를 쪼개서만 진행하고자 했지만, 모두 감당하기에는 여의치가 않네요. ^^

활동 상황과 일어난 에피소드, 그리고 송금해주시는 돈의 사용현황은 제 블로그 http://changhun.tistory.com에 따로 David, y sus buenos amigos(다비드와 좋은 친구들)게시판을 개설하여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 메일을 읽으시고, 선택하실 수 있는 옵션은 단 3가지입니다.

1. 시간을 구입한다.

2. 소중한 지인 1명에게 이메일을 전달한다.

3.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언제나 그렇듯이,

최악의 선택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기나긴 메일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동으로 옮길 참된 의지를 가지고, 파라과이에서.

강창훈 드림.

 

 

p.s 이쁜 학교 꼬맹이들 사진 첨부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