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을 소개합니다!

2012. 12. 11. 07:31KOICA 해외봉사활동/사랑하고, 살아가며 2012

  안전교육을 빙자한 기나긴 아순시온 나들이가 끝이 났다. 역시 아순시온 나들이는 언제나 많은 힘을 필요로 한다. 3일 내내 주욱 뻗어 있었던 기분이다. 9시간 이상을 달려 집에 도착했고, 이번 여행을 반추해보았다. 2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1. 나도 커서 밥 사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아직 나는 작다.)  Gracias a 현주누나, 경찰영사님.

2.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의도치 않았더라도, 상대방 자신을 ‘하찮은’으로 느끼게 해주었다면 결국 내 잘못이 맞다.

무한도전의 '하찮은' 박명수. 요즘 내 식사시간을 책임진다! ^^

 

  그럼 본격적으로 우리 집을 소개해볼까?

1. 안전교육을 위해 코이카 파라과이 단원들이 전부 호텔에 모였다. 약간 중고등학교 수련회 분위기를 자아냈다. 단원 한 분이 물었다. (누구였는지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다.) “챠코 사시죠? 정말 힘들겠어요. 집에 에어컨은 있어요?”

2. 물론이다. 우리 집에는 에어컨 최고의 마르까인 Electrolux 에어컨이 있다. 그것도 냉장고랑 깔맞춤으로 고이 모셔 두었다.

누굴 정말 챠코로 아나? 우리집도 에어컨 있어요!

 

3. 이걸 계기로 우리집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남겨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개도국의 2층 삐까뻔쩍한 집에서 살고 있으리라고 착각하는 한국의 친구들을 위해. 그리고 내가 사는 곳을 이리저리 궁금해 하는 우리 엄마를 위해.

4. 우리 집은 선임단원인 현웅이형이 집주인과 상의하면서 직접 지은 집이다. 그래서인지 봉사자가 혼자서 살기엔 최고의 집이라고 자부할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집, 한국인들이 만족하며 쓸 만한 가구들, 주인집에도 없는 바닥타일.

우리집 외관. 하늘이랑 같이 나와서 그런지 예상 외로 집이 아주 이쁘게 나왔다 ㅎㅎ

 

5. 먼저 집의 지붕을 뜯어내고 위에서 조망해보자. 우리집은 거실과 부엌, 방 2개, 화장실, 그리고 ‘정글’로 이루어져 있다. 제일 큰 안방에서는 사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주인집에서 뺏어온 장롱 하나가 덩그라니 놓여있다. 참고로 집주인은 아직까지 집에 장롱이 없다. 중간중간에 불룩불룩 튀어나온 철근 하나를 구해와 그곳에 옷을 대충 걸고 산다. 미안하게시리. -_-

 

6. 모든 일상적인 생활은 ‘공부방’에서 이루어진다. 선임단원이 빌려온 학교 초등학생 책상 하나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침대도 여기에 있다. 에어컨과 함께 공부하고, 일하고, 밥 먹고, 잠을 잔다. 그리고 눈치 챘을 수도 있겠지만 정말 재미있게도 방 2개는 ‘방 속 방 구조’다. 이를테면 안방에 손님이 거실에 나가려면, 내가 있는 공부방을 지나가야 한다. 참 골 때리는 구조. :)

7. 정글이 궁금한가? 누구는 남쪽에서 잔디를 깎는다던데, 우리 집은 풀만 무성하다. 비가 한번 올 때마다 어찌 그리 쑥쑥 자라는지. 역시 흙에는 힘이 있다. 손에 흙 묻히고 닦지 않고 조금 기다리면 손톱 사이에서 잡초라도 튀어나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본다.

8. ‘정글’에 삽질해서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는 나는 정글 애호론, 자연주의자다. 하지만 왠지 이 풀숲 때문에 실뱀들이 자꾸 꼬이는 것 같아, 저번 주 사람을 불러 죄다 삭발시켜버렸다. 돈 아끼려고, 돈 좀 깎고 내 노동력을 제공했더니 더위를 좀 잡수셨다.

우리 집 뒷뜰. 그야말로 네셔널 지오그래픽.

출근길에 내 발 앞에 다행이도 '죽어있었던' 뱀. 자꾸 집주위에 실뱀들 꼬인다 ㅠㅠ

 

9. 화장실에는 대부분이 모를법한 ‘두차ducha’가 있다. 기계의 머리 부분에 전기장치가 들어있어, 전기를 ‘on'으로 돌려놓으면 작동되어 따뜻한 물이 나온다. 환경보호적인 면에서는 한국의 보일러 시스템보다는 보다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물을 먼저 틀지 않고 작동시키면 전기의 따끔한 맛을 볼 수 있긴 하지만 말이다.

우리집 두차!

 

10. 하지만 요즘 두차가 이상하다. 원래는 머리 부분에서 물이 ‘쑤아’ 하고 쏟아져 나와야한다. 하지만 두차 머리 부분에서 나온 기나긴 꼬리의 주둥이 부분이 빠진 이후에는 그 곳에서 물이 '줄줄' 나온다. (두차사진 맨 아래부분의 꼬리구멍) 뭐, 아무렴 어떠랴.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이후로 ‘적당하게’ 뜨거운 물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는 것! ㅠㅠ 원그래프로 그려보겠다.

11. 그래도 집에 도착하니 참 편하다.

 

 

끝.